지난 해 회고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이 흘러버린 시간이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며 지난 시간을 회고합니다.
일
작년 한 해는 사내 디자인 시스템을 리뉴얼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기존 디자인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물론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사용하는 도구가 달라서 생기는 것들이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도구가 달랐기 때문에(피그마/React), 설계 방식이나 사용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최대한 일관되고 편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 시스템을 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 경험 상 어떤 방법으로 디자인 시스템을 설계를 해도, 디자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지켜야 할 크고 작은 부분들이 반드시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토큰이나 컴포넌트 같은 각각의 디자인 시스템 요소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제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아가서 디자인 시스템은 결국 제품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사결정의 집합이자, 상황 별 선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이런 의사결정 단계의 과정을 자동화하고 체계화하여, 제작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의 부담을 덜고 디자인 시스템을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그마 사의 협업하여 디자인 시스템을 소개하는 발표를 2번 진행했습니다. 사실 제가 발표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함께 만들어온 디자인 시스템을 외부에 알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 후에 참석자분들이 작성하신 후기를 찾아보면서 뿌듯함도 느꼈고, 또 동시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뭐가 됐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네요. 반대로 아쉬웠던 것은 이 컨퍼런스에서 능동적인 구성원이 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내향형 인간임에도 관심 받기를 원하는 기구한 성격을 타고 났기 때문에, 동료의 발표를 지켜보며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디자인 시스템을 제작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 게 제 목표입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꽤 있었습니다. 기대가 좌절되는 일도 있었고, 예상치 못하게 주변 환경이 변화하면서 스트레스를 겪기도 했습니다. 사실 스트레스에 둔감한 편이라 잠깐 충격을 받았더라도 금방 적응해서 일상으로 돌아가곤 합니다만, 이번엔 느끼는 바가 이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갈 거라 믿습니다.

그런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일상
올해 하반기에는 러닝을 꾸준히 했습니다. 군대 전역한 이후로 운동과 거의 담을 쌓고 살다가,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대략 4개월 동안, 주 2-3회씩 꾸준하게 4km를 뛰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목표치를 채우고 난 뒤에 오는 뿌듯함이 중독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러닝 자체를 즐기면서 했고, 나중에는 케이던스나 주법 등을 의식해서 뛸 정도로 진심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날씨가 추워져서 자주 뛰지 못하고 있는데, 어서 날이 풀려서 다시 뛰고 싶습니다.
매일 저녁에는 요리를 해먹는 습관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4-5번 정도 배달을 시켜먹곤 했는데, 이젠 배달 시켜 먹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진 정도입니다. 사실 요리라고 해봐야 대부분 파스타라는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이탈리아 사람보다 파스타 더 많이 먹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똑같은 요리를 자주 먹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반복 숙달의 힘이 대단한 게 이제는 나름 맛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요리 학원을 등록해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항상 마음의 짐처럼 담아두고 있던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하반기 말에 시작한 거라 아직 단 한권도 완독한 게 없지만, 그래도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절반 이상 읽었고, 완독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글을 읽으며 해석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금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꾸준히 독서를 해서 나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년에는 5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중간 목표로 잡고 차근차근 연습하려 합니다.
인생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 친구들과 발리를 다녀온 이후로 처음 다녀온 해외여행이라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그 기억이 몽글몽글하게 남아 있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롯폰기 길거리에서 도쿄 타워를 등지고 서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그 때의 장면이 왠지 모르게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이번에 일본으로 다녀오면서 그런 마음을 많이 극복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고 기억의 잔향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주식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도 구성했고, 꾸준히 실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판단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꾸준히 경험하며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을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
이제까지 항상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도전을 쉽게 시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나름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뿌듯함이 크네요. 이 도전들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