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크고 작은 추억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사실 2024년을 마무리 짓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에 초고를 작성했지만, 이리저리 업무에 치이다 보니 적기가 되었네요.
부트캠프 수료
지난 2023년 9월에 프로그래머스에서 주관하는 부트캠프에 참여했고, 2024년 3월에는 모든 과정을 끝마치고 수료를 했습니다. 부족한 전공 지식을 채울 수 있겠다는 기대와 함께 시작했으나, 교육 내용은 비교적 부실하여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내다버리는 꼴이 될 것 같아 팀원들과 다양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는데, 이게 꽤나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 것으로 만든 지식이 꽤나 많았습니다.
멘토님들과의 정기적으로 커피챗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보다 앞서 개발자라는 길을 걸어온 선배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지금의 나는 어떤 개발자인지, 또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상 본체는 교육 과정보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진행한 커피챗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개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정말 큰 수확입니다. 비교적 협소한 교내 개발 커뮤니티와 비전공자라는 여러가지 환경으로 인해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적다는 것에 항상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개발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서 이 부분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라는 캐릭터를 빼고 봤을 때에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부트캠프가 끝난지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그냥 좋은 추억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까 저한테는 부트캠프가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부트캠프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교육기관들이 부트캠프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취준생들의 시간과 돈을 투자 받는 일이기 때문에 좀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부트캠프를 생각하시는 동료 개발자 분들이 있으시다면, 충분히 고심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응원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며
3월에 부트캠프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당시는 한창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신입 개발자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이 이용했던 원티드의 프론트엔드 채용 공고는 대부분을 외울 정도였어요. 또 각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수없이 실패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부트캠프 동료들과 계속해서 코어 타임 스터디를 이어 했던 것,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열정적이고 멋진 동료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의 비교적 짧은 취준 기간을 보낸 후, 지금은 구름이라는 IT 기업에서 디자인 시스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
취업 이후의 삶
직장인이 되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그대로이고, 또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경제
먼저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씀씀이가 커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옷을 사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때 예전보다 더 적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고생했던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슬슬 절제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매번 미루기만 했던 가계부를 써볼까 합니다.
또 경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이고, 저축을 하고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는 것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돈을 차근차근 모아 나가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커리어
커리어와 관련한 고민도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금 회사에서의 제가 맡고 있는 역할, 그러니까 디자인 시스템 개발자로서 사용하기 좋은 사내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첫 번째 목표입니다. 사내의 여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동일한 사용성을 제공하면서도,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및 개발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어떤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제품의 높은 확장성을 위해 어떤 패턴으로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존에 사용 중이던 디자인 시스템의 V2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알파 버전을 사내에 공개 후 실사용 중이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개발된 내용이 많지 않기도 하고 사내 이용자들 역시 기존에 사용하던 디자인 시스템에 더욱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2025년에는 더 많은 컴포넌트를 더욱 확장성 있게 제작하고 효율성을 잘 홍보하여, 사용자들의 익숙함과 관성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이외에도,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자동화 도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참여한 사내 해커톤에서는 슬랙 내에 산재되어 있는 데이터를 모아서 요약해주는 봇을 만들어 2등상(상금) 수상이라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업무 도중 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한 템플릿 생성을 자동화 했고, 슬랙 봇을 개발하여 그레이존에 빠지기 쉬운 코드 리뷰 확인 작업을 매일 아침 리마인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팀 내의 개발자들 뿐만 아니라 사내의 모든 동료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디자이너분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피그마 플러그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이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작게나마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부터 돌아오는 피드백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이사
최근에는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는 데까지는 총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집을 알아본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난생 처음 해보는 은행 업무들까지 포함해서 신경쓸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힘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과정이 잘 마무리되고, 회사와 약 3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난 직후에는 설렌다는 감정보다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이 앞섰습니다. 이제까지 살던 곳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집이었고, 그런 공간에 달랑 매트리스 하나 두고 혼자 누워있으니 어딘가 낯설고 공허한 감정이 생겨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주변 환경 역시 완전히 달라져, 괜시리 겁이 났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일주일 정도 지내며 모든 것들이 점점 익숙해지더니 지금은 이곳이 편안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이기도 해서 가구도 이것저것 사들이기도 했고, 나의 공간을 점점 예쁘게 채워 넣는 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일상
최근에는 건강을 많이 챙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약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극악무도한 출퇴근을 핑계로 아침은 거르고, 저녁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기 일쑤였습니다. 이제는 이사도 했겠다, 건강도 챙기고 저녁이 있는 삶도 즐겨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운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꾸준히 헬스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취업을 핑계로 그만 둔 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이번에는 수영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물에 빠지면 내 몸 하나 정도는 건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영어나 스페인어 등 개발 외적인 공부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사실 마음 같아선 미술이나 베이스 연주를 더 먼저 배우고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외대생인데 일상 대화를 할 수준의 외국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이것 역시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서, 마찬가지로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맺음
많은 것들을 새롭게 시작한 한 해였습니다. 그만큼 무섭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또 설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단추를 꽤 잘 꿰었다고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한 한 해입니다. 앞으로 많은 낯선 일들이 생길테지만, 오늘의 기억을 발판 삼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재미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